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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넷

말과 글

이해인


글은 오래오래 종이에 남는 것이고
말은 그냥 사라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한마디의 말 또한
듣는 이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간직된다.

한 사람의 펜으로 씌여진 글은
그 사람 특유의 개성을 지닌 작품이 되듯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내는 하나의 작품이다.

그러므로
끊임없는 노력으로
참으로 선하고 진실하고 아름다운
말의 작품을 빚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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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자기의 속내를 비추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일본이란 나라에서는 자신의 처세술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져서 자신의 속내가 남에게 들어나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우리들이 가장 드러내고 싶어하는 속내가 있다면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요즘은 '연애'라는 것이 너무나 잘 자리잡아 너무 쉽게 사랑을 말하고 사랑을 끝내고 만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진정한 사랑을 쉽게 말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고 나 역시 그런 부류이다.
한 여자를 좋아했다.(사랑이라는 말은 쉽게 쓰기 어렵다.)
다양한 방법으로 고백해보려고 생각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로맨틱한 방법도 생각해봤지만 그런것은 너무나 현실성도 없고 실현시키기에는 내 능력이 모자란 듯 하였다.
결국 이럴때 쓰는 것은 술을 마시고 술김에 고백하는 것이지만 술을 못하는 나에게는 그것도 힘든 일이다.
물론 만우절을 이용한 방법도 생각해보았지만 그럴 용기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
직접 말할 수 없다면 문명에 기대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편지는 너무 고전적이었고 문자나 메일은 사용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음성사서함이었다. 거기에 음성을 남기고 반응을 기다리는 것이 나에게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답을 기다렸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1주일이 지나 그녀에게 직접 다가가 물었다.

"혹시... 내가 메세지.... 못 들었어?"

"아! 그게 왜?"

"아니... 그게.... 아직 답을 못들은...."

"답? 어! 혹시 그거 진심이었어?"

머리를 강하게 맞아본 적이 있어서 이때의 기분은 결코 그런것이 아니라 단언할 수 있다. 그 순간의 느낌은 숨이 단단히 조여오는 그런 느낌이 더 가깝다.

"장난 아니야? 그렇게 말로만 하면 당연히 장난인줄 알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말도 하지 않자 그녀도 불편한듯 자리를 떠났다.

'말로는 가벼운가?'

공책에 끄적여보았다. 공책에 적은 내용만을 응시하는 내 모습이 어지간히도 심각해보였는지 고등학교 때부터의 친구 녀석이 다가와 말을 걸어줬다. 잠시 주저했지만 녀석에게 모든 것을 털어 놓았다. 녀석은 한바탕 크게 웃었다.

"크하하!"

내 표정이 변했는지 녀석은 급하게 사과말 부터 입에 올렸따.

"아~ 미안, 미안."

녀석은 그러면서 영화 대사라며 이런 말을 해주었다.

'스타벅스에서 골때리는 점은 스타벅스 커피가게의 골 때리는 점은 의사결정 능력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들에게 커피 한잔을 사기 위해서 6가지 의사결정을 하게 한다는 거죠.
작은 컵이냐 큰 컵이냐,
연하게, 진하게,
카페인 있는 거냐 없는 거냐,
저지방이냐 무지 방이냐?
기타 등등 말입니다.
그러니까 자기들의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고 이 세상에서 자기들이 뭐하고 있는지 쥐뿔도 모르는 사람들이 이 커피가게에 들어와서 2달러 95센트를 내고 사가는 건
단순한 커피가 아닙니다.
바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이죠.'

나는 그 말을 듣고 멍하니 있었다. 녀석이 답답했는지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여주었다.

"나는 말이야. 외국 환율따위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2달러 95센트란게 얼마나 싼지 모르겠어. 하지만 그딴 커피가 자기 자신의 정체성이라는데 말 한마디가 천금이라는 우리나라에서 그 말이라는 것이 그렇게 가벼울 수 있는걸까?"

녀석은 여기까지만 말하고 볼일이 있다며 가버렸다.
나에게 용기가 없어 대면하고 말하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의 말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도 옳은 것은 아니다. 분명 나에게는 그녀를 좋아하는 맘이 있다. 그것은 진심이었고 그녀는 그 마음을, 그 떨림을, 그 두려움을 전혀 알아주지 않은 것이다.
가볍게 털어버리자고 생각했다. 잠시 나는 호감이 가는 사람의 단점을 보지 못했다. 설령 그 사람의 단점마저 사랑하는 것이 사랑이라 하여도 이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다.
말은 그 사람의 마음이 담긴 행위이다. 나는 나의 마음을 이미 말로 옮겼다. 그 무거운 마음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떨쳐버릴 수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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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시를 읽다가 좋은 시는 이렇게 소설로 옮겨볼까합니다. 물론 좋은 시라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이 사랑에 관한 시나 사상적인 문제를 담고 있으니 가벼운 사랑에 관한 내용들이 많아지지 않을 듯 합니다.
시를 보고 떠오르면 간간히 적어볼랍니다. 그러니 이게 최후일지도 모르고 각각 다른 이야기이니 단편으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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