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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넷

단편 무제

Lonelin 2010.07.19 19:22 조회 수 : 68

창문 밖으로 지나치는 풍경들을 힐끗 보면서, 빠른 속도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그애한테 시선이 꽂힌 날 깨닫자, 옆에 서 있는 친구들이 하는 말 같은 건 대수롭지도 않았다.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는 검은 생머리. 단정하게 맨 넥타이랑 검은 뿔테 안경에서 나오는 뭔가 모범생 같은 포스.
치마는 짧은데 그렇게 짧은 것 같지도 않아 계속 시선이 갈 뻔 했다.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에 멈췄다.

어쩌면 남자친구가 있을지도 몰라. 하고 시선은 자연스럽게 손으로 옮겨갔다.
휴우 하고 나오는 다행스러운 탄성. 그렇지만 남친이 있는데 커플링을 안 맞춘 걸 수도 있으니 아직 안심하긴 이를까?



사실은 새학기가 시작되고서 매일매일 만났다. 하교길에는 운이 좋아야 같은 버스를 타지만, 등교길에는 거의 확실히 같은 정류장에서 같은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갔다.
어쩌면 상대방도, 아니 당연히 매일 보는 나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름표를 보고 이름 정도는 기억할지도 몰라. 또, 가끔 교무실에서 마주친 적도 있고. 그 애는 우리 반에 영어로 들어오는 여선생님 반 아이니까. 우연히 나를 불렀을 때 걔가 온 적도 있다. 반장이라고 했었는데, 딱 반장 같은 이미지 역시 있었으니.

"이번 정류장은 …"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난 내릴 곳임을 알았다. 친구들이 인제 내려야 하겠네 라면서 벨을 눌러주려는데, 의자에 앉은 녀석 손끝이 벨에 다가가기 직전에 이미 벨이 눌렸다. 혹시 하고 고개를 돌려 봤더니 그 여자애가 벨을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오~ 예쁜 애 있다!"
"어? 우리 학교네. 몇 학년이지…"

난 아직 아는 사이도 아닌 사람한테 반해버렸다는 얘기를 친구들한테 할 만큼 여유로운 성격이 되지 못했다.
덕분에 친구들은 나랑 같이 하교한 일이 많음에도 인제서야 그 애의 존재를 인식한 듯 하다.



버스에서 내리면, 그 여자애가 어디로 가는지부터 확인하는 버릇이 생긴 건 언제부털까?
나는 그 애랑 집이 반대방향이지만, 가다가 몇 번이나 뒤돌아보았다. 조그마한 뒷모습이 안 그래도 더욱 더 조그마해지는 것을 일주일에 한 두번쯤 보면, 그 날은 집에서 펜이 잡히지 않았다.
고등학생이나 되어서 짝사랑이라니.

그 애가 우리 집 방향으로 가는 걸 보고 왜 두근거리지?
근처에 무슨 볼일이 있는 것 뿐인 걸 난 안다. 사실 안다기보단, 그럴 리밖에 없지 않나?
분명히 우리 집 쪽으로 가고 있지만, 우리 집에 갈 리는 없으니까 근처에 볼 일이 있는 거지.

아, 편의점에 들어가는구나.

집 앞은 편의점이라 많이 편리했는데, 오늘만큼 편의점의 존재가 감사했던 적은 없었다.
나도 따라 들어갔다. 그 애는 음료수 냉장고 앞에 서 있었다. 별로 마시고 싶은 것은 없었지만 나도 그 쪽으로 갔다.
비타민 워터를 꺼내는 여자애를 보고 난 그 위에 있던 콜라로 손을 옮겼다.

"아!"

그 여자애가 소리를 냈다. 내가 굳어 움직이다가 실수로 그 애 손을 쳤다.
비타민 워터는 땅에 떨어졌지만, 난 왜인지 콜라를 놓치지 않았다.

"아…저, 미안해요. 괜찮아요?"


분명히 미안하단 말인데 왜 난 이렇게 기뻐하는 걸까?
처음 말을 붙여 본 감동일까 아…
분명히 친구한테 얘기해주면 엄청 웃을지도 몰라. 나도 친구가 이런 얘기를 했다면 비웃음이 조금 담긴 웃음소리를 낼 지도 모른다.
어, 잠깐 이건 진짜 기회야. 뭔가 말을 더 붙여봐야 해. 음.. 뭐라고 하지? 두근두근거려서 아. 빨개져서 얼굴이 폭발할 거 같아.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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