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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넷

우수소설 포켓몬 열전 3.편지배달부

시랑 2008.06.10 09:02 조회 수 : 42

엘레이드

안개가 짙었다. 불과 몇 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나무도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아름드리나무를 보고 급커브를 틀며 엘레이드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모험가의 이름을 따 탄의 숲이라 불리는 그 숲은 본래 안개가 잘 끼지 않는다. 혹 끼더라도 흐릿하게 생기는 정도지 이정도로 짙게 생기진 않았다. 바위 위로 뛰어오르며 엘레이드는 한시라도 빨리 이 숲에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엘레이드가 바위에서 뛰어내려 몇 발자국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엘레이드는 뭔가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엘레이드는 달리던 자세 그대로 멈춰 섰고, 덕분에 머리통이 날아가는 위기를 모면했다.
엘레이드는 눈앞을 스쳐지나가는 빨간 물체에 놀라 뒤로 뛰었다. 바위가 있는 곳까지 뛴 엘레이드는 눈을 빠르게 돌렸다. 무언가가 숲 이곳저곳을 빠르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빨간색이 시선을 끌기는 했지만 워낙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터라 그저 잔상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래서 엘레이드는 그것의 공격을 피하는 게 조금 늦어졌다.
등 뒤의 바위가 비명을 지르며 파편을 토해내는 찰나에 엘레이드와 핫삼은 시선을 교환했다. 날카로운 눈으로 엘레이드를 바라보는 핫삼의 눈에는 놀라움이 약간 섞여 있었다. 핫삼을 노려보는 엘레이드의 눈에도 약간의 경이감 비슷한 것이 서려 있었다. 잠깐 동안 서로를 노려보던 둘은 거의 동시에 서로 반대편으로 뛰었다. 절반으로 부서진 바위가 기분 나쁜 소음을 내며 그들이 있던 곳으로 무너져 내렸다.
핫삼과 엘레이드가 다시 움직였다. 핫삼은 빼곡히 자란 나무 여기저기를 박차며 엘레이드 주변을 맴돌았고 엘레이드도 핫삼 못지않은 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핫삼은 도망치는 엘레이드를 보며 잠시 어리둥절하긴 했지만 곧 기세등등하게 뒤를 쫒았다. 엘레이드도 빠르긴 했지만 역시 핫삼이 약간 빨랐다. 엘레이드를 따라잡은 핫삼은 그의 뒤를 따라 달리며 집게를 내질렀다. 엘레이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왼팔을 들어 올리며 속도를 늦췄다. 핫삼이 내지른 집게는 엘레이드의 팔 밑 허공을 자르며 내밀어졌고 엘레이드는 허우적대는 집게를 양손과 몸으로 단단히 잡고 허리를 오른쪽으로 뒤틀며 멈췄다.
엘레이드의 갑작스러운 정지에 핫삼은 대비할 수 없었고 집게 하나를 그에게 내준 채 관성에 이끌려 내동댕이쳐 졌다. 엘레이드는 잘린 핫삼의 오른 집게를 집어 던지며 관목 위로 날아간 핫삼에게 다가갔다. 핫삼은 남은 집게로 오른 어깨를 붙잡으며 신음하고 있었다. 그의 앞에서 살짝 점프한 엘레이드는 오른발로 핫삼의 얼굴을 찼다. 핫삼은 부러진 나뭇가지 몇 개와 함께 붕 떠오르다가 무력하게 떨어졌다. 엘레이드는 미약하게 꿈틀거리는 핫삼을 보며 가방을 고쳐 매었고 핫삼이 꿈틀거리는 것조차 하지 못하게 됐을 쯤 다시 숲의 중앙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엘레이드는 달리면서 약간의 동정심이 솟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를 가르친 트레이너는 적에 대한 약간의 감정도 용납하지 않는 성격이었고, 엘레이드 역시 그것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적에게 감정을 품었다가는 방심하게 되고, 패배로 직결한다. 그래서 엘레이드는 핫삼에 대한 것을 잊기로 했다.
그가 핫삼에 관한 일을 거의 잊을 무렵, 그는 또다시 걸음을 늦췄다. 핫삼이 나타났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주변을 경계하며 천천히 걸었다. 그는 몇 걸음 걷지 않아 그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미줄. 메가자리도 잡을 수 있을만한 큰 거미줄이었다. 엘레이드는 잠시 거미줄 앞에 서서 생각해 보았다. 그 거미줄이 정말 메가자리를 잡기 위해 쳐 놓은 것이 아니라면 자신을 잡기 위해 쳐 놓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거미줄은 이것 하나 뿐은 아닐 수도 있다.
엘레이드는 위로 뛰어올라 굵은 나뭇가지 위에 섰다. 이대로 숲 속으로 달려가다가는 언제 거미줄에 걸려들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엘레이드는 나무를 밟으며 숲 위로 달려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엘레이드가 세 번째로 뛰어올랐을 때 그는 숲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엘레이드가 숲 위로 올라가자마자 본 것은 짙은 푸른색의 뿔이었다. 그는 반사적으로 허리를 크게 뒤틀었다. 다행히 헤라크로스의 뿔은 피할 수 있었으나 뒤따라오는 풍압에는 견디지 못했다. 엘레이드는 바람에 날려 한 밤나무 위로 떨어졌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밤송이가 없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곧 그런 생각을 머릿속 휴지통에 구겨 넣으며 앞으로 굴렀다. 그가 조금 전까지 있던 자리 밑에서 이파리 몇 장을 찢으며 솟아나온 독침붕은 헤라크로스 근처로 날아가 빗맞은 게 분하다는 듯 두 창을 부딪쳤다.
엘레이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데다 날카롭게 다듬어 진 헤라크로스의 뿔과 재빠른 공격이 가능한 독침붕의 날카로운 창이 합쳐지면 그는 순식간에 뿔이나 창 중 하나에 꼬치가 될 것이다. 혹은 둘 다거나.
엘레이드는 재빨리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가야 하는 방향에는 약간 벗어났지만 엘레이드는 신경 쓰지 않았다. 다행히 독침붕과 헤라크로스는 핫삼처럼 빠르지 않았고 거리는 금세 벌어졌다. 엘레이드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크게 도약했다. 앞에서 불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에 그는 순간 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하늘로 솟아오르다 중력에 의해 다시 끌려 내려가는 순간 무엇인가 그의 발목을 잡아챘다. 그는 갑작스러운 저지에 균형을 잃고 볼품없이 떨어졌다. 그는 아파할 새 없이 뒤를 돌아보았다. 발에는 하얀 실 같은 것이 엉겨있었고 그것은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아리아도스와 연결되어 있었다.
엘레이드는 조금 멀리 보았다. 독침붕과 헤라크로스는 아직 가깝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는 시선을 조금 당겼다. 아리아도스는 그를 붙잡아두고는 있었지만 다가오거나 공격하려는 낌새는 내지 않았다. 엘레이드는 생각했다.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과 다가오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아 아리아도스는 싸움에는 재능이 없는 것이 확실했다. 엘레이드는 독침붕과 헤라크로스가 더 다가오기 전에 아리아도스를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순하게 생각한 엘레이드는 나무를 박찼다. 그는 순식간에 아리아도스 앞에 도달했다. 아리아도스가 당황해 독침을 뿜으려는 순가 엘레이드의 손이 그의 얼굴 앞에 다가왔다.
엘레이드의 손이 푸르스름하게 빛났고, 곧이어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아주 작은 폭발이었지만 눈앞에서 바로 폭발에 휘말린 아리아도스의 얼굴은 이미 반쪽이 되어 있었다. 동시에 아리아도스의 실이 풀렸다. 엘레이드는 상당히 가까이 다가온 독침붕과 헤라크로스를 슬쩍 보고는 다시 몸을 돌렸다.
엘레이드가 다시 한 번 뛰어올랐다가 착지했을 때, 그는 세 번째로 오싹함을 느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오른발이 딛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나뭇가지도 아니었고 나뭇잎도 아니었다. 보라색의 나뭇가지나 나뭇잎은, 어쨌건 없으니까.
쏘콘의 눈과 포구에서 빛이 쏘아지는 것을 보며 엘레이드는 편지배달부란 정말 할 만한 짓이 못 된다고 생각했다. 탄의 숲 한 곳에서 폭음이 울렸다.
타다 만 편지지 하나가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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