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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넷

우수소설 포켓몬 열전 6.폐소공포증

시랑 2008.06.13 08:42 조회 수 : 58

닥트리오

그들은 그녀들을 쫒을 수 없었다. 그녀들이 하는 말은 하나하나 전부 옳은 말이었고 그래서 그들은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결국 실망한 그녀들이 짧은 욕설을 내뱉으며 땅 속으로 사라질 때에도 그들은 그녀들을 쫒지 못했다. 그들은 그들 스스로를 매우 한심스럽게 여기며 몸을 돌렸다. 그들 중 둘은 고개를 떨어뜨렸고 나머지 하나는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들은 한 마리의 큰 눈에 높은 산이 비춰졌다.
그 산은 그들에겐 유명한 산이었다. 그곳은  모래와 흙이 적고 자갈과 잡초 따위가 많아 그들에게는 꽤나 지나다니기 힘든 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몸을 튼튼히 하고 싶은 이들이나 약한 디그다들을 괴롭히기 좋아하는 이들이 주로 찾는 그런 산이었다. 산의 특징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이름도 모르는 그 산 위에는 커다란 바위 하나가 자리 잡고 있는데, 바위가 어떤 힘을 내뿜는지 그 주변에서만 피는 꽃이 있었다. 하얀 색으로 시작해 붉은 색으로 끝나는 잎을 가진 아름다운 꽃이었다. 신기하게도 그 꽃은 식물에 관심이 없는 그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느껴져 젊은 암컷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특히 그 바위 주변이 자갈과 돌이 유독 많아 그들에게 가시밭길만큼이나  힘든 길이다보니 희귀성까지 갖춰 더욱 원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렇다보니 호승지벽이 남다른 이들이 그 바위에 도전하는 일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중 몇몇이 꽃을 따는데 성공했다.
그들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불행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꽃을 따는데 성공한 한 사내들이 자신의 약혼자들에게 꽃을 결혼 선물로 바치는 일이 생긴 것이다. 그 사건은 암컷들의 마음을 뒤흔들었고, 그 후부터 그들 사이에서 큰 유행이 일었다. 젊은 암컷들은 자신의 약혼자들에게 꽃을 선물 받지 못하면 결혼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었다. 사실 그들도 땅 밑에서부터 올라와 꽃을 따는 것은, 하려는 생각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허영심 많은 암컷들이 산을 기어올라가 어렵게 꽃을 따는 것을 선호하자 수컷들만 죽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에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들은 잔인한 성격이 아니었다. 그녀들도 그들이 산을 기어오르다가 만신창이가 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더욱이 그들은 다른 닥트리오보다 체력이 모자라므로 실패할 확률도 높았다. 그래서 그녀들은 땅 속으로라도 좋으니 꽃 세 송이만 꺾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들은 문득 울고 싶어졌다. 콘치가 헤엄을 못 치면 얼마나 웃길까? 피죤이 높은 곳을 무서워한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울까? 포니타가 달리기를 하기 싫어한다면 얼마나 한심하게 보일까? 그리고 땅에 기대어 땅을 파고 사는 그들이 좁고 어두운 곳을 무서워하는 것을 안다면 그녀들은 뭐라고 할까? 그들은 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그들은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들은 그들의 청혼을 처음으로 받아준 이들이고, 앞으로 그녀들 같은 닥트리오는 만나지 못할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그녀들은 처음이자 마지막 암컷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었다. 이미 그녀들을 실망시킨 후였지만 꽃을 따다 주면 기분이 풀릴 것이다. 그들은 중간에 자신들이 꽃의 모습조차 보지 못하고 쓰러질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그래도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역시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해는 아직 남동쪽의 높은 곳에 달려 있다. 해지기 전에 돌아오려면 당장은 출발해야했다. 어둠이 두려운 그들은 아무도 없는 산 위에서 밤을 맞는 것이 끔찍하게 싫었다. 그래서 그들은 씁쓸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바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바위가 많은 곳은 산마루부터 산허리까지였고 그 밑은 나무가 많은 평범한 숲이었다. 나무뿌리에 종종 걸리긴 했지만 그들은 금세 산허리로 올라갈 수 있었다. 나무가 줄어들자 시야가 탁 트였다. 큰 바위 몇 개가 서로에게 기대듯 서 있었고 자갈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들에게는 꽤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들이 아직 디그다였던 시절에 그들이, 아니 그가 힘 센 디그다들에게 끌려와 자주 괴롭힘을 당하던 장소였다. 그들은 불쾌한 기억에 기분이 나빠져 길을 재촉했다.
길은 갈수록 험해졌다. 어느 정도 오르자 드문드문 있던 나무조차도 보이지 않았고 바위의 수는 늘어만 갔다. 그들은 자꾸만 채이는 자갈들에 몸이 아파왔다. 자신들이 왜 이런 생고생을 하고 있는지 자꾸만 의문이 생겼다. 그녀들은 분명 그들을 인정하고 받아준 첫 번째 닥트리오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들이 그들을 특별히 사랑을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모욕적인 말을 입에 담기도 했다. 어쩌면 그들을 받아 준 것은 심부름꾼으로는 제격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저었다. 그녀들은 그렇게 얄밉고 비겁한 닥트리오가 아니다. 그녀들이 그들을 받아준 것이 동정심 때문이라면 혹 모를까 심부름꾼으로 부려먹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내놓은 변명에 더욱 침울해졌다.
안팎으로 지져대는 듯한 느낌뿐이던 그들은 고개를 숙이고 산을 오르다 뭔가에 머리를 세게 부딪쳤다. 비명도 못 지를 것 같은 고통에 괴로워하며 그들이 고개를 들었다. 이끼가 잔뜩 낀 검은색의 거대한 바위였다. 압도될만한 크기에 질린 그들은 조금 뒤로 물러섰다. 바위는 그 색을 도드라지게 하는 것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좌우로 팔을 뻗듯 뾰족하게 튀어나온 모서리나, 관리하지 않은 수염처럼 지저분하게 낀 이끼 때문에 그것은 상당히 그로테스크하게 보였다.
악마에 홀린 것 같은 표정으로 바위를 바라보던 그들은 그 크기를 보고 혹시 자신이 이미 목적지에 도착한 것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기억의 일부는 이곳이 그들이 멈춰서야 할 지점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꽃을 피운다는 바위는 색이 옅고 이끼도 끼지 않았으며 강변의 바위처럼 둥글둥글하고 매끄럽다고 했다. 그들은 어떻게 산봉우리에 동그란 바위가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쓸데없는 것을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그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해는 이미 남쪽 하늘을 지나 서산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어두워지기 전에 되돌아가려면 서둘러야 했다. 그들은 다시 바위를 보았다. 산을 오르려면 이 바위를 지나야 했다. 그들은 바위를 돌아가려고 오른쪽과 왼쪽을 살폈지만 어느 쪽이나 큰 돌들이 많아 지나가기가 어려웠다. 마치 산에 오르는 것을 방해하는 바리케이드 같은 느낌이었다. 다른 닥트리오라면 문제없이 통과할 간단한 관문이었지만 그들에게는 도저히 통과할 수 없는 장벽이었다. 그들은 땅을 내려다보았다. 그 부분은 흙과 모래가 적당히 섞여 그들에게는 파고 지나가기도 쉬운 땅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도저히 그것을 파헤칠 수 없었다.
그들은 허탈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들에게는 여기까지인 것이다. 그들은 몸을 돌렸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데까지 다 했다고 생각했다. 그녀들의 맘을 돌릴 순 없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은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문득 그들끼리만 살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암컷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요소도 아닌데다 가끔은 귀찮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들은 그녀들 없이도 아무 문제없이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들이 허영심이 많은 성격은 아니니 꽃이 없다고 해도 우리를 버리거나 하지는 않을 거야. 설사 버린다고 해도 우리끼리 살아가면 되지 뭐. 우리가 왜 그런 암컷을 위해 이런 모험을 감행해야 하는데? 몸도 허약하고 심지어 폐소공포증까지 있어 땅 밑으론 들어가지도 못하는 우리가? 하! 그녀들은 분명 우리가 폐소공포증이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거야.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 꽃이라는 좋은 변명거리를 생각해 낸 거라고. 젠장, 하늘도 무심하시지. 왜 그런 쓸데없는 유행을 퍼지게 해서 우릴 귀찮게 하느냔 말이야. 아니, 애초에 왜 땅을 파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우리에게 폐소공포증을…
그들은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생각할수록 억울한 일 뿐이다. 디그다 시절부터 당해온 괴롭힘과, 그들을 받아줄 암컷도 그녀들 외에는 없다는 것과, 그리고 그들이 어둡고 좁고 답답한 곳을 무서워 한다는 것도.
그들은 문득 웃고 싶어졌다.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웃는 것이 좋겠다고 그들은 생각했고, 그래서 그들은 크게 웃었다. 그들은 그들의 웃음에 습기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계속해서 웃었다. 산을 내려오며 계속 웃었다. 그들의 뒤로 젖은 길이 그림자처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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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성격... 저를 모델로 해서 썼는데 잘 안되네요;;
이제 겨우 여섯 번째인데 실력이 확 늘기를 바라는 저는 욕심쟁이입니다! 하하!
큭, 실력이 부쩍 늘 수 있게 지적과 충고 등 많이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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