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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넷

달이 둥글게 웃었다. 어둠의 종들이 기어 나온다. 동굴 안에서 얇은 날개를 펼치며 무수히 많은 주뱃과 골뱃들이 날아올랐고 나무 등치에서 달을 닮은 눈을 가진 새들이 고개를 든다. 몸에 보석을 박아 넣은 유령과 눈이 하나인 해골이 어둠에 녹은 채 서서히 깨어난다. 그들은 조금 후에야 자신들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유령은 화려한 목걸이를 자랑하듯 날아오른다. 입이 찢어지고 사나운 인상에 버려진 인형과 치명적인 독을 지닌 가스 덩어리와 밤의 색이 스며든 모자를 쓴 깃털 뭉치는 당연하다는 듯이 하늘로 치솟는다.
그가 날개를 펼친다.
회색 구름이 항상 뒤덮고 있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까마득한 벼랑이 있다. 자연적으로 그렇게 된 것인지 인간이 일부로 깎아 놓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목숨을 위협할만했다.
그리고 그 벼랑 위에는 허공을 향해 가지를 괴상하게 내밀고 있는 한 나무가 있다. 아직 단풍에 붉은 기운이 돌지 않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가지에는 이파리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한때 많은 벌레 포켓몬의 식당이 되었을 굵은 줄기는 이제 구멍투성이로 작은 새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그곳으로 밤에 종속된 자들이 모여든다. 세상을 거꾸로 보는 포켓몬들이 가지에 매달리고 깃털이 풍성한 날개를 가진 포켓몬들은 여기저기에 내려앉는다. 개똥벌레처럼 하나의 빛을 뿜는 해골몽들과 빛나는 줄을 목에 건 무우마들이 나무 주위를 맴돌고 양쪽 눈의 색이 다른 깜까미와 지퍼가 채워진 입을 가진 다크펫은 드러난 뿌리에 대충 앉는다. 몸이 가벼운 고오스와 고우스트는 불지 않는 바람에 몸을 맡긴 듯 가볍게 흔들린다.
그들이 모이자 나무의 주변은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다크펫들의 입 안에서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새어나오고 부우부들은 부지런히 다리를 바꿔가며 제 이름과 같은 울음소리를 낸다. 한 골뱃은 날개를 이리저리 펼치며 해골몽에게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저마다 제각각의 소음을 내며 밤의 고요를 살해한다. 바람도 질려 근처에 가지 않는다. 달까지 구름으로 얼굴을 가리려 한다.
그가 날개를 펼친다.
문득 소음이 멎는다. 모두의 눈이 점점 가려지는 달로 쏠린다. 달은 흠칫 놀라며 구름을 당긴다. 하지만 그들은 달을 보지 않는다. 달이 얼굴을 가리는데 거의 성공할 즈음 달이 아닌 무언가가 구름을 대신한다. 커다랗고 밤과 어둠을 닮은 날개. 그림자가 진 깃털들이 달을 가린다. 어둠의 황태자, 밤의 지배자의 날개가 펼쳐졌다.
돈크로우는 거의 날개를 치지 않고 날았다. 달을 등에 지고 나무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돈크로우는 크기가 커짐에 따라 경배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선사했다. 돈크로우가 나무에 닿을 때 쯤 그는 날개를 크게 휘저었다. 두 날개에서 폭풍이 일었고 나무 근처에서 까불던 포켓몬들은 날아갈 것 같은 위압감에 몸을 떨었다. 돈크로우는 달을 향해 내뻗어진 나무의 손 중 가장 높은 가지에 앉았다. 나무가 부러질 듯한 괴음을 내었고 그 가지 위에 앉아 있던 포켓몬들은 당황하며 날아오를 듯한 날갯짓을 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구름이 달의 마지막 빛을 취하며 흐른다. 잊혀졌던 바람은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듯 거세게 흘렀다. 그리고 그것들은 제왕의 위엄을 한층 높여주었다. 어둠 속에서 쏘아지는 그의 눈빛은 오금을 저리게 했고 바람에 흔들리는 검은 깃털들은 가만히 있는 그를 자꾸만 위협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 자리에 모인 포켓몬들은 그들의 왕을 바라보며 두려움 속에 씩 웃었다. 그들까지 공포에 젖게 하는 왕의 위엄에 만족감마저 든다.
돈크로우는 자리에 모인 포켓몬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날카로운 눈을 한 자, 위협적인 송곳니를 가지고 있는 자, 타인에게 능히 공포를 심어줄 수 있는 자, 그러면서 난폭하다는 느낌보다는 신사적인 분위기까지 느끼게 할 수 있는 자. 모두 그의 교활하고 잔인한 신하들이다.
그는 만족했다. 수는 적지만 그들이라면 충분하다. 그는 천천히 부리를 열었다.
"가자."
짤막한 단어에 그들 모두가 흥분했다. 함성은 지르지 않았지만 그에 준하는 사악한 웃음들이 밤하늘을 가득 메웠다. 날 수 있는 것들은 날아서, 그렇지 않은 것들은 땅에 기대어 미끄러지듯 앞으로 달려 나갔다. 돈크로우는 조금 늦게 날개를 폈다. 그들이 모두 떠나고 벼랑 위에는 고독하게 자리 잡은 나무에는 밤과 왕에게 어울리는 정적만이 남았다. 돈크로우는 나뭇가지를 박차고 날았다. 나뭇가지가 그의 비상이 아쉬운 듯 한참을 웅웅거렸다.
조금 후 달이 다시 구름 뒤에서 나왔다. 세상은 조금 밝아졌지만 회색 도시에는 달의 푸른 은총이 내려지지 않았다. 은은하고 부드러운 달빛은 조금 전에도 그랬듯이 구름을 꿰뚫지 못했기에. 그리고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포켓몬들도 그들이 유일하게 좋아할 수 있는 빛을 맞지 못했다. 회색 도시 안에 있었기에.

고우스트는 자신과 닮은 연기를 잔뜩 내뿜고 있는 굴뚝을 찡그린 얼굴로 바라보다 그 속으로 돌진했다. 그는 혀를 길게 빼물고 아직 작업 중인 인부들의 얼굴을 핥기 위해 돌아다녔다. 건물 안에서 그로테스크한 비명이 들렸다.
다크펫은 한 가정집으로 들어갔다. 귀여운 포켓몬의 모습을 한 인형과 그림들이 방 안을 귀엽게 장식하고 있었다. 그의 발밑에서는 한 소녀가 피카츄가 잔뜩 그려진 이불 속에서 푸린 베개를 베고 이어롤 인형을 품에 안은 채 기분 좋게 자고 있었다. 다크펫은 킬킬 웃었다. 소녀에게 악몽을 꾸게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그는 그런 소극적인 방법은 선호하지 않았다. 곧 소녀의 방에서 울음소리가 터졌다.
깜까미는 도로를 한참 돌아다닌 뒤에야 금은방을 찾을 수 있었다. 유리를 깨고 들어간 그는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는 보석들에 눈이 팔렸다. 경보음이 시끄럽게 울려 금은방에 주인이 자다가 놀라 잠옷 바람으로 뛰어나왔고 깜까미는 살이 두툼히 오른 주인의 얼굴에 자잘한 상처를 잔뜩 안겨 주었다. 주인은 괴성을 지르며 기절해 버렸다.
사람들은 밤거리로 뛰쳐나왔다. 하지만 집 밖에서도 그들의 비명과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골목길을 뛰어가다 보면 해골몽이 튀어나와 혼을 빼놓고 넓은 곳으로 나가면 주뱃과 골뱃들이 얼굴로 날아들었다. 적당히 숨을 곳으로 들어가면 미리 숨어있던 무우마가 그들을 놀래킨다.
그중 가장 사람들의 다리 힘을 빼 놓은 것은 돈크로우와 니로우들이었다. 그들은 그저 건물 위에서 사람들을 빤히 바라보았을 뿐인데도 사람들은 다리가 굳는 것을 느꼈다. 주저앉고 싶은 충동이 마구 일었지만 한편으로 앉았다가는 곧바로 저들의 밥이 되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에 어정쩡한 자세를 유지하며 고통스러워했다.
마을 전체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타는 곳은 없었으나 그들은 불길에 살갗이 그을리는 대신 공포에 정신이 타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목청껏 비명을 질렀고 달아날 수 있는 모든 곳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어느 곳으로 가나 밤의 피조물들이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고 제왕의 분노에 찬 시선이 그들을 기절시켰다.
사람들이 차라리 죽는 것이 편하겠다고 생각하게 될 때 쯤 해가 고개를 들었다. 달빛이 통과하지 못한 회색 안개 사이로 햇빛이 눈부시게 빛났다. 포켓몬들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서둘러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사람들은 넋이 나간 얼굴로 사라지는 포켓몬들의 등을 바라보았다.
돈크로우는 그런 사람들을 경멸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천천히 날개를 펼쳤다. 검은 날개에 햇빛이 부서지며 비명을 질렀다. 돈크로우는 천천히 날갯짓 했다. 그의 커다란 몸이 떠올랐고 그가 충분히 높이 올랐을 때 그는 크게 울었다.
그것은 떠오르는 해에 대한 억울함의 외침 같기도 했고 인간들에 대한 분노를 토해내는 것도 같았다. 어딘가 경고 같은 느낌도 들었다. 돈크로우는 다시 부리를 닫았고 바람을 타고 회전해 마을을 빠져나갔다.
사람들은 서로가 붉은 꼬리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돈크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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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감설명에 큰형님포켓몬이라고 되어 있더군요.
그래서 써봤습니다.
생각보다 잘 되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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