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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넷

밤이 깊어가는 시간의 에도(江戶) 근교의 농촌. 그 곳에 있는 여러 술집들 중에서 제일 커다란 술집이 있다. 그 술집 옆에는 술집 주인의 아내가 운영하는 숙박집이 있다.
숙박집은 주인 내외가 사용하는 큰 방과, 손님이 사용하는 작은 방으로 나뉘어 있다. 이 작은 방 안에는 중년의 남자와 세명의 아이들이 머무르고 있다. 평소 같으면 조용히 잠을 자겠지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유독 한 명이 뒤척이고 있다. 녹색과 노란색의 머리카락으로 뒤섞인 사내는 뒤적거리는 것을 그만하고 일어나서 조용히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고 방문 쪽으로 걸어나갔다.
"카이토마루(外道丸), 너 혼자 어디로 나갈거냐?"
발자국 소리에 잠에서 깬 붉은 머리 소년은 카이토마루의 발목을 붙잡고 물었다. 카이토마루는 잠시 머뭇거렸다. 붉은 머리 소년의 아버지이자, 자신의 양아버지이신 텐치마루(天地丸)의 허락없이 혼자 움직이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번 만큼은 거침없이 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카이토마루는 단호하게 말했다.
"어쩔 수가 없잖아, 시로마루(司狼丸). 지금이 아니면 갈 수가 없는데......"
"그래......? 그럼, 나도 같이 가면 안 될까?"
'......뭐?'
시로마루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의 말이었다. 평소 같으면 '네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면서 말렸을 그였지만, 오늘만큼은 카이토마루의 행동에 반대를 표현하지 않았다. 카이토마루가 계속해서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가 시로마루에게 의미심장한 이야기로 와닿았던 모양이다. 시로마루는 일어나서 조용히 옷을 갈아 입었다. 시로마루가 옷 갈아 입는 사이에 옆에서 자고 있던 노란색의 소녀도 배시시 눈을 떴다. 시로마루도 카이토마루와 함께 나가는 모습을 보던 소녀는 일어나서 말했다.
"저기...... 나도 같이 가주면 안 될까?"
"사키(沙紀), 너까지 간다고?"
"사키, 너까지 우리 따라가면 우리 아버지 일 누가 도와줄거야? 너라도 남아서 아버지
도와주는게 어때?"
시로마루는 아버지가 혼자서 퇴마(退魔) 활동을 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아버지의 시험으로 홀로 퇴마 활동을 한 시로마루에게는 협동(協動)의 절실함을 느꼈다. 게다가, 실력좋은 법사(法師)일지라도, 나이가 들어서 혼자 활동하시는게 위험하다고 생각되어서 시로마루는 그때마다 같이 활동하자고 제안했지만, 아버지의 대답은 언제나 이것이었다.
"내가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마음은 너네와 같다. 그러니, 내 걱정은 생각말고 너희들 앞이나 잘 생각해라."
시로마루는 자신말고 사키를 아버지의 보조자로 내세우려고 했는데, 아버지 못지 않게 치유술(治癒術)에 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키마저 자기들을 따라 나간다면 위험한 일을 다시 자신이 떠맡아야 한다. 시로마루는 그걸 원치 않았다. 남아있는 혈육(血肉)이 아버지밖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아버지를 잃는 것을 누구보다도 싫어했다. 그런 마음에 시로마루는 사키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사키, 정말로 우릴 따라 나갈거야? 후회 안할 거지?"
"응, 우리가 누구야, 자매 아니겠어?"
"......좋아, 그럼 옷 갈아입고 나와. 조용히 해야 돼."
일각(一刻) 후, 숙박집 밖에 서있던 세사람은 아버지가 주무시는 숙박집을 향해 큰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큰 절을 올리는 동안 그들은 여러번 생각했다. 과연 이 행동이 그들이 내린 옳은 결정일까라는 것을 말이다. 큰 절을 올린 셋은 아무 말없이 에도 밖으로 나가는 길로 걸어나갔다. 에도 밖으로 나가는 순간에도 아버지는 물론, 모든 마을 사람들은 그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숙박집에서 나온지 1시간 만에 그들은 에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에도에서 10리 정도의 거리에서 시로마루는 에도를 향해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시로마루 일행이 말없이 한밤중에 떠나고 난 뒤, 다음날. 숙박집은 발칵 뒤집어졌다. 텐치마루는 시로마루가 없어진 것을 알고는 크게 당황했다. 결정을 스스로 하는 나이가 되었어도, 퇴마 활동을 이제 겨우 입문했어도 그들은 어린아이다. '그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텐치마루 일행은 '그들'의 먹이감에 될게 뻔하다. 이렇게 되면 텐치마루는 퇴마 활동을 하면서, 시로마루 일행의 행방을 좇는 두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 텐치마루는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텐치마루는 고심 끝에 한가지 고육지책을 내놓았다. 시로마루 일행을 미행하면서 일일히 자신에게 보고하는 감시자를 붙여 놓는 것이다. 텐치마루는 그 감시자 역할에 어울릴 만한 사람을 수소문해서 찾으려고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 일에 자원한 사람을 찾아냈다.
네즈미오토코(鼠男)는 후지산의 깊은 산 속에서 백수생활을 지내는 사람이다. 겉으로 보면 사람이지만, 사실은 인간으로 둔갑한 백년묵은 쥐이다. 산 속 깊은 곳에 지내다보니,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는 것은 당연했다. 사람들과 왕래가 없었던 그에게는 씻는 것은 오히려 귀찮은 행동이 되어 버렸다. 결국, 그는 씻는 대신에 온 몸을 주황색 천으로 뒤집어 썼다. 몸을 씻지 않아 냄새가 심하게 나면서 그 냄새가 자신이 입고 있던 옷까지 베어버리자 옷을 버리고 훈도시 차림으로 지내기 시작했는데, 주황색 천은 자신의 흉한 몸을 가리는 옷의 역할이자, 민망한(?) 부위를 가려주는 가리개 역할인 것이다. 네즈미오토코에게는 특별한 재주는 없지만, 한 가지 재능은 있었다. 쥐라는 특성답게 육감적인 본능이 다른 어떠한 존재보다 높은 것이다.
텐치마루가 그를 감시자로 삼은 것은, 네즈미오토코가 매일 그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육감적인 느낌을 편지로 써서 자신에게 보내기 위함이다. 텐치마루는 쥐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네즈미오토코가 계약 도중에 자기 마음대로 독단적인 의견을 내지 못하도록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제압했다. 그리고, 앞으로 맡게 될 역할과 주의할 점을 일목요연하게 일러주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감시자가 된 네즈미오토코는 숙박집을 나왔다. 두려움에 떨던 그의 눈빛은 숙박을 나왔을 때는 마치 딴사람이 된 것 처럼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왜냐하면, 숙소를 떠나기 전, 텐치마루가 나지막하게 던진 말 때문이었다.
"이번 일을 잘 해내주면 금화 5000냥을 줄테니, 잘 수행해 주게."

텐치마루가 제시한 의뢰금 중 선불된 3000냥으로, 에도에서 시로마루 일행을 찾는 동안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는 동안, 시로마루 일행은 '오오우다(大宇陀)' 라는 산을 오르고 있었다. 일행은 '마에오니(前鬼)'라는 마을로 향하는 중인데, 이 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이 산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오우다 산은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하지만, 당시에 교토와 도쿄를 오가며 활동하거나, 아예 자리를 잡고 텃세를 부리는 요괴(妖怪)들도 있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물론 무사나 지방 영주, 심지어 도에 능통한 승려들도 이 길은 피한다.
그러다보니, 일행이 오오우다 산속의 길을 물어보았을 때, 산속의 길을 아는 자는 별로 없었다. 오오우다 산에서 겨우 하산한 사람에게 안내를 부탁했지만, '내 목숨을 바꿀 지언정 절대로 이 산에 두 번 오르는 일은 없다'며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일행은 지도나 안내자 없이, 무작정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무작정 산을 오르기 몇 시간이 흐른 후,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일행들은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했다. 더구나, 일행은 에도에서 빠져 나온 이후로 아무 것도 먹지 못해서 허기가 매우 심하게 졌다. 누가 옆에서 '툭'치면 주먹이라도 날아갈 기세였다. 그렇게 일행 세 명이 신경을 날카롭게 세우면서 가는 가운데, 카이토마루는 '털썩' 하고 주저 앉았다.
"야, 카이토마루. 투정 부리지 말고 빨리 일어나. 갈려면 아직도 멀었어."
시로마루의 말에 카이토마루는 되받아치며 말했다.
"야, 시로마루. 내가 투정 부리는 걸로 보여? 먹지도 못하고 하루종일 걷는다는게
  말이 돼?"
"어쩔 수가 없잖아. 이 근처에 마을은 커녕 쉬고 갈 집도 없어. 괜히 힘빠지게
  만들지 말고 어서 일어나."
"됐거든! 밥 먹을 때까지는 이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을 테니까
  밥을 먹던지, 아니면 날 억지로 끌고 가던지 선택해."
'저게 진짜......'
카이토마루의 고집에 시로마루는 약간 주춤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밥도 먹지 않은 채 지금까지 요괴와 싸웠기 때문에 일행들은 이미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카이토마루의 고집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해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빨리 하룻밤을 묵을 곳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 명이 서로 합심해야 하는데, 한 명이 벌써 어긋나기 시작했으니 시로마루의 생각은 뒤틀려지기 시작했다. 시로마루가 격분해서 한마디라도 꺼내려는 순간 숲 속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 한 명이 일행 앞으로 고꾸라졌다.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반쯤 일으킨 그는 죽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전했다.
"요, 요괴가......사, 사람을......도, 도, 도와주......"
사람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다시 엎어졌다. 사키는 그 사람에게 다가가 맥을 짚었다. 쓰러진 사람의 맥박은 희미하지만 정상적으로 뛰고 있었다. 시로마루는 짊어지고 가고 있던 커다란 칼을 꺼내기 시작했다.
"어이, 카이토마루. 왠만한 상처 치료는 자신있지?"
"응? 심한 내상이 아니면 다룰 수는 있는데...... 그건 왜......"
시로마루는 카이토마루의 물음에 대답할 시간도 없이 빠르게 숲 속으로 들어갔다. 사키도 다급해서 시로마루를 뒤따라 숲 속으로 들어갔다.
"야, 사키! 너는 왜 들어가?! 상처 치료하는 것 좀 도와줘!"
"미안!! 나중에 도와줄께!!"

시로마루 일행이 산으로 올라오기 일각(一角) 전, 시로마루 일행이 있는 곳에서 서쪽 으로 1리 반이나 되는 지점에서 한 무리의 무사들이 있었다. 이 무사들은 근처 마을에서 나온 수비대(守備隊)였는데, 이들은 어떤 사람의 부탁으로 숲에 나오게 되었다. 부탁인즉슨, 약초를 캐러 아침에 숲으로 들어갔던 노인이 저녁이 될 때까지 마을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인의 아내는 노인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수비대에게 찾아가, 남편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냥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거야.' 라고 대수롭게 생각한 수비대는 평소처럼 간단한 복장을 하고 숲으로 들어갔다.
수비대가 들어가서 노인을 찾고 있던 와중에, 그들은 이상한 것을 찾아 내었다. 그것은 300년도 더 된 소나무 몸통에 커다란 도끼 자국이었다. 그 소나무는 평소에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서 제(祭)를 올리던 곳이다. 보통 나무꾼 같으면 이 나무에 도끼로 찍는 것 자체가 '천벌받을 짓'이라 해서 피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분명 불량배가 그랬을 것이다' 라고 생각한 그들은 수색을 계속해나갔다. 그러다가 저녁이 되었을 때, 수비대는 시간 때문에 마을로 철수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 사람 살려!!

라는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수비대는 지체할 시간 없이 비명이 난 쪽으로 달려갔다. 크게 들리던 비명은, 그들이 근원지에 다가갈수록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수비대가 비명의 진원지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모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커다란 도마뱀 괴물이 노인의 뱃속에서 내장들을 꺼내 씹어먹고 있었다. '으적으적' 거리는 소리는 듣는 사람마저 소름돋게 만들었다. 도마뱀은 입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쳇, 인간 노인의 내장이 이렇게도 맛없기는 정말 처음이군."
비명은 커녕, 사지를 심하게 떨고 있는 수비대들을 발견한 도마뱀은 혀를 낼름거리며 말했다. 수비대는 떨고 있는 손을 진정시키고 칼을 움켜쥐었다.
"오. 이게 왠 떡이냐. 싱싱한 인간이 4명이 내 앞에 다가왔군."
"이, 입 다물지 못해, 이 괴물 녀석아! 가, 감히 그런 짓을 벌여놓......"
먼저 용기내서 말하던 수비대 중 한 명은 말을 더이상 잇지 못했다. 도마뱀이 휘두른 커다란 도끼에 맞고 몸이 세로로 반토막이 되고 말았다. 한 명은 그 처참한 모습에 칼을 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한 명은 나뭇가지에 긁히거나 돌부리에 넘어지거나, 도랑에 빠지는 등, 온갖 고생을 다하며 마을로 도망쳤다. 결국 도망치다가 지친 그는 있는 힘을 쥐어 짜내면서 마을을 향해 가다가 시로마루 일행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몇 마디밖에 꺼내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한편 두 명은 도마뱀 요괴와 힘겨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요괴의 몸집이 두 사람의 몸집보다 훨씬 우월했고, 무엇보다 날의 크기가 2척(尺) 정도 되는 도끼를 거리낌없이 휘둘렀기 때문에, 감히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 창을 들고 있던 무사가 도끼에 맞고 크게 날라갔다. 도끼날에 직접 스친 것은 아니지만, 도끼가 휘둘리면서 생긴 거대한 바람의 힘이 무사를 밀친 것이다. 날라간 무사는 뒤에 있던 나무에 크게 부딪치고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이제 남은 무사는 키리스케(霧助) 한 명 뿐이었다. 도끼날에 스치는 것을 피하느라고 몸을 심하게 움직이는 바람에, 이미 체력은 바닥이 났다.
'어차피, 지금의 상황으로는 놈을 이길 수 없다. 견제하면서 동료를 데리고 도망칠 시간을 벌어야 한다.'
마음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만 생각대로 그렇게 되지 않았다. 요괴의 공격을 파악하고 방어를 할라 치면 그 사이에 또다른 방법으로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키리스케에게 최악의 상황이 일어났다. 거대한 도끼를 여러 번 맞은 키리스케의 칼은 조금씩 금이 가더니 눈 앞에서 여러 파편으로 조각나버렸다. 도끼의 힘의 반동으로 키리스케는 뒤쪽으로 나가 떨어졌다. 칼 손잡이는 키리스케의 바로 옆으로 떨어졌다.
"큭큭큭. 이제 놀이는 끝났다. 이제 순순히 나의 밥이 되거라."
요괴는 거대한 도끼를 '번쩍' 들었다. 눈에서는 이미 살기(殺氣)가 돌았다. 키리스케는 눈을 감았다. '이제 모든 것은 끝났다'고 단념짓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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