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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넷

장편 러브 라인 징크스 <3>

KAKA 2010.11.01 01:00 조회 수 : 75




오늘도 집에는 나 혼자다. 부모님은 최근에 일때문에 분가하셨고 누나랑 나 단둘이 이 집에서 살게 되었지만, 누나도 도서관에서 고시 공부하느라 항상 늦게 들어오기때문에 결국 집에는 대부분 나 혼자 있는 신세다.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이 없어 거의 폐인처럼 살아가고 있다. 거의 컴퓨터 앞에서 살아가다 싶이 하는 영양가 없는 나날의 연속이다.
그렇게 오늘도 매일 하는 온라인 게임에 빠져있었다. 대중적인 온라인 RPG 게임으로써 꽤 공들여 키워서 어느정도 게임 상에서 인정받는 고렙 캐릭터를 다루고 있다. 게다가 이 게임 내의 유명한 길드의 부길드장을 맡고있다. 동레벨인 길드장은 나보다 센 캐릭터라고 할 것도 없지만 길드를 창단한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길드장이고 결국 길드 내에서 제일 센 건 내 캐릭터이다.
...라고 자랑을 늘어 놓다보니 뭔가 한심한 기분이 들었다. 현실을 직시하게 되면 나는 결국 보잘 것 없는 게임폐인일 뿐이다. 그런 한심함을 느낌에도 게임에서 손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현실 도피의 장소? 아마도 그 이유가 가장 클 것 같다. 게임을 플레이 하다 보면 현실의 보잘 것 없는 나를 잊을 수 있다. 게임 상에서의 나는 최강이고 인맥도 넓다.
길드의 사람들과는 모두 친하게 지내고 있다. 현실의 친구는 없고 게임상에서의 친구는 수십명인 나는 영락없는 키보드 워리어지만, 마침 길드장의 특별한 제의가 떨어졌다. 다음 주 주말에 정모를 가지자고 하는 것 같다. 게임상에서만 보던 사람들이 현실서 서로 만나자는 이야기다.
사회성 부족한 나는 당연히 꺼림찍한 얘기로만 들려왔다. 하지만 나쁘진 않은 생각 같다. 방구석에 쳐박혀 게임만 하지 말고 밖에 나와서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자는 건데 나쁠건 없다. 하지만 내가 부끄럽다. 그래도, 일말의 용기를 내보아서 결국 정모에 참가하기로 길드장에 직접 말해뒀다. 내가 생각해도 집에만 쳐박혀 게임만 하는건 좀 그렇다고 판단했고, 부길드장으로 안가기도 좀 그랬다. 게다가 적어도 여자는 없을테니깐 말이다.

새벽 1시쯤 게임을 관두고 잠이 들려고 했다. 평소에는 새벽 3시에 자거나 밤을 꼬박 새울 때도 있지만, 오늘은 이상한 여자때문에 굉장히 피곤한 하루였기 때문에 좀 더 일찍 자려고 했다. 하지만...

쨍그랑! 철푸덕!

젠장. 유리가 깨지고 커다란 물건이 엎어지는 소리들이 야밤중의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고 있다. 약 한달 분기로 일어나는 윗집의 부부싸움 소리이다. 각종 욕설, 고함, 물건 던져지는 소리가  끊임이 없었다. 이 정도면 민원 신고급인데 아무도 안하나 보다. 내가 신고해도 되지만... 귀찮다. 사실 난 저번에 저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냥 잠들어 버린 적이 있다. 잠이 쉽게 드는 편이다.
그나저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역시 남녀 간의 사랑 별볼일 없다. 아무리 처음에 서로 좋아한다고 난리법석 떨고 결혼까지 해도 결국저렇게 부부싸움 맨날 일으키고 이혼하고 하는 부부가 대한민국 태반 아니던가. 다 부질없는 짓이다...




나는 지금 굉장히 기분 나쁜 곳에 와 있다. 내가 지금 밟고 서있는 것은 핑크색 구름이다. 온 땅을 핑크색 구름이 뒤덮고 있다. 아니 지면 자체가 구름으로 이루어 져있다. 하늘색도 불쾌하게시리 핑크색이다. 이 곳은 대체 어디인가. 나는 왜 이 곳에 와있는가. 게다가 맙소사. 내 앞에 있는 저 사람은 대체 누구지? 마치 여신의 모습을 한듯한 긴 곱슬 머리에 얇은 천 소재의 분홍 드레스가...

"환영합니다, 윤여복씨. 이 곳은 러브 파라다이스, 일명 사랑의 천국입니다. 저는 이 곳을 관장하는 사랑의 여신이지요."

여자가 말도 안되는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아니, 꿈이 확실할 수 밖에...

"윤여복씨. 당신은 사랑을 관장하는 저를 모독하였습니다. 당신은 여인을 멸시하고 사랑을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여기지요?"

여신...으로 보이는 여자가 날 환영한다더니 갑자기 표정과 말투가 돌변하여 나를 추궁하고 있다. 하지만 여신이 여자라 그냥 무시하고 뒤돌아 가버렸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자 마자 어느새 여신이 내 코앞에 와있었다. 깜짝 놀라서 바닥에 엉덩방아를 쪘다.

"사랑의 여신인 저까지 무시하려 들다니 굉장한 베짱이군요. 당신은 엄벌을 받아야만 하겠습니다. 당신은 제가 내리는 두 종류의 엄벌 중 하나를 골라야만 합니다. 첫번째는 동성애자만 사는 지옥으로 떨어져서 평생 동성애자로만 살아가는 것, 두번째는 삼천궁녀가 사는 지옥으로 떨어져 그녀들의 시종으로 평생 살아가는 것. 이 둘중 한가지 벌을 선택하십시요."

'차라리 날 죽여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무심결에 대답을 하고 말았다.

"의외로 결정이 간단하네. 난 평생 동성애자로 살겠어."








눈을 떴다. 온몸에 식은 땀이 흐른다. 둘러보니, 이 곳은 내 방, 여신 따위 당연히 꿈이였다. 하지만 너무나도 생생했다. 게다가 마지막에 내가 한 대답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그 대답을 한 건 내 의지가 아니였다. 난 꿈속에서 또 다른 나를 지켜보고 있던 것 뿐이였다. 젠장 오늘 하루도 더럽게 시작하고 있다.










"부탁이니깐 끼니좀 재 때 때우고 게임만 하고 있지 말고 책이라도 읽고 있어라."

누나가 공부하러 현관문을 나서면서 나에게 건낸 말이였지만 따분하고 고지식한 누나의 말투는 내 귀에 전혀 새겨오질 않았다. 오늘은 토요일. 학교를 안가는 날이기에 사실 어제 좀 늦게 자도 됬지만, 어제는 정말 피곤했으니깐 오랜만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취침시간을 체험하였다. 이 시간대의 토요일 아침을 겪는 것은 제대 이후 처음이라 꽤 낯설다.
뭐하지.
모르겠다.
다시 게임이나 하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게임을 하다가 배꼽시계가 울리는 것을 알아챈 뒤 진짜 시계를 보니 어느새 오후 1시다. 밥을 먹어야 되는데 그게 또 귀찮다. 가끔 배고픈 줄도 모르고 하는게 게임이라서 아침, 점심을 한꺼번에 거르는 경우가 태반이였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누나의 말이 갑자기 상기 되어서 기분 내줄겸 자장면이라도 시켜먹기로 했다.
짜장면집 주문을 한뒤 10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요새 배달은 참 빨리 오는 것 같다. 나는 주저함 없이 현관문을 열었다. 그 순간 내가 방심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관문틈 사이로 살짝 보이던 것은 여자였다. 나는 재빨리 문을 도로 닫았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을 했다. 나는 지금 여자의 모습을 보고 반사적으로 문을 닫은 것 뿐이지 그 여자가 누구였는지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나타난 이 여자는... 여자가 아니였다.

"야, 뽁뽁이. 왜 문을 열었다가 닫고 그러냐."

감은것 같지 않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다 구겨진 흰 티셔츠, 추리닝바지의 거지차림. 우정민. 옆호에 사는 동갑내기 여자로 유일하게 내가 여자중 예외로 치고서 대하고 있는 녀석이다.

"여자인줄 알고 닫아버렸는데 넌 줄 몰랐다."

"미쳤냐? 내가 여자지 그럼 남자게?"

"적어도 여자는 아니지."

내가 이 아파트 이 호수에서 산지도 거의 15년은 되간다. 그리고 이 애는, 내가 이사올 때부터 옆집에 살고 있었고 지금까지도 주욱 내 옆에 살고 있다. 아주 꼬마 때부터 볼꼴 못볼꼴 다 보고 어울린지라 이 녀석만큼을 대할 때는 여자란 생각을 전혀 할 수 없다. 게다가 날 남자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이 녀석도 마찬가지.

"암튼 됬고, 라면 먹고 있었는데 말아먹을 밥이 없어서 좀 얻으러 왔어. 내 놔."

"우리집도 밥 없어. 뭘 밥까지 먹을려고 해서 남에 집에까지 얻으러 오냐. 식탐좀 그만 부려."

"없으면 없다고만 하면 됬지 괜히 시비야. 근데 뭐하고 있었냐?"

녀석이 말릴 틈도 없이 어느새 자연스럽게 집 안까지 들어왔다. 그리고는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내가 게임을 하고 있던 컴퓨터를 발견하고선 말했다.

"아침부터 게임하고 있었냐? 진짜 대책없는 폐인이네."

"누가 누굴보고. 이 게임은 니가 나보다 더 레벨 높잖아."

"그래, 나도 폐인이지만 너도 만만찮은 폐인이란 소리였어."

한심한 여자다. 나는 그래도 대학이라도 다니고 있지, 이 녀석은 저번 년도까지 학교 다니다 휴학하고 집에서 놀고만 있다. 한마디로 백수. 녀석은 제 집인 마냥 자연스럽게 TV 리모콘을 가져다가 TV를 켜서 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왜 우리집 TV는 트냐? 라면 먹고 있었다면서, 빨리 돌아가."

내 말을 무시하는 것 같이 계속 TV를 보는 것처럼 보이다가 결국 다시 TV를 끄고 자리서 일어난다.

"칫, 알았어..."

이유없이 괜히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곧 자장면 배달 온단 말이다. 너가 있는 사이 오면 조금 달라고 할까봐 겁이 난다. 우정민은 순순히 현관문을 나섰다.

"야, 나도 접속할 테니깐, 같이 사냥하자."

우정민은 그 말 한마디를 꺼내고 집을 나가버렸다. 확실히 녀석과 같이 게임을 하면 사냥이 수월해 레벨업에 도움이 될 테니 잘 된 일이다.
그 것보다도... 우정민에게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을 왜 다른 여자들에게선 느끼고 항상 피하는 것일까. 우정민과 다른 여자들의 차이가 대체 무엇이길래. 모든 여자가 우정민 같이 느껴진다면 내가 살아가는데 조금은 덜 피곤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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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복이가 왜 여복인지 앞으로 지켜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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