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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넷



"내일 영화관 가자."

크으 나는 존나 씨크한 척 이년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년은 흔쾌히 내 제안을 수락했고, 우리는 그 다음날 4시 반에 우리동네에 있는 씨너스에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년은 내가 데이트 비용을 다 내달라고 했다.
자기는 돈이 한푼도 없단다.
내가 장난스러운 말투로

"내일 말고 나중에도 돈 없을 예정이냐"

라고 물어봤더니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단다.
그당시의 '나'는 이년은 그래도 내게 데이트비용 전부를 요구하지는 않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뭐 이 때는 이 데이트가 다른 데이트로 계속 이어지게 될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이 정도는 '나'를 이해 할 것 같다.
무슨 영화를 볼 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이 날도 어김 없이 싸이월드 방명록에

"이런 까도남 오빠에게

오늘 난 어제 못한 공부를 정말 한번에 몰아 다했어
너무너무 피곤하지만 5빠를 위해 또 싸이를 켯어
와우 대단하G? 어서 대단하다고 해
지금 내 눈꺼풀은 오천 톤이지만 이러고 잇는걸 보면 오빠를 좋..아하진 않지만 하여튼 나도 몰라
요즘 난 생각이 참 많아
도대체 고등학교가 어떤지 짐작이 안되거든 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슬프다 졸업하기 싫다능
오늘 집중력이 제로라니 말도 안되는군
오빤 언제나 열심히 공부햇자너
비록 오늘은 뭐 공부를 쪼콤 아주 쪼오오콤 못햇더라도 내일은 아님 모레는 평소처럼 겁나 열심히 할거니까 퐛팅
그놈의 학교는 맨날 나가나?
후아 고등학교 가기 싫네 방학에도 학교를 가다니..........
고럼 오늘은 이만 안뇽
*^0^오빠화이팅^0^* (마무리는 항상 이거)

- 긔염 OO"

이런 오글거리는 방명록이 올라왔다.
나는 이 방명록을 읽고 기분이 좋아서 밤이 늦고 TV에서 애국가가 나오도록 문자를 했다.
슬슬 눈꺼풀이 내 눈알을 찌르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하기 힘든 이상한 버릇이 있다.
나는 잠이 들기 직전에, 그러니까 REM수면상태와 깨어있는 상태의 중간단계에 있는 시점에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그 상태에 있을 때, 엄청나게 기발한 생각이나 영감이 떠오르는 굉장히 좋은 경우가 있고, 이와는 반대로 다른 이와 대화를 나누면 내가 동문서답을 하거나 마음에 담고있던 말을 무심결에 내뱉는 아주 개같은 경우도 있다.
이 날은 후자의 경우에 해당되는 날이었다.
내가 문자를 하다가

"내가 내일 만나서 소심하고 찌질하게 고백해줄게."

라는 아주 등신같은 말을 문자로 보내버린 것이다.
그걸 받는 당사자도 어이가 없었을 것이고, 지금 이 순간을 생각하고 있는 나도 내가 정말 이런 사람이었다는걸 감추고 싶을 정도로 어이가 없다.

만약에 당신이 잠에 들려고하는 나를 본다면 내게 말을 걸지 말아주길 바란다.
내가 말도 안되는 개소리를 하거나, 내 속마음을 털어 놓는 것을 듣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정말이지 나는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보냈던 문자가 꿈에서 보낸 문자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답장은 와있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학교에 등교를 해서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통화내역을 살펴보니 내가 마지막으로 문자를 보낸 것으로 되어있었다.
좉됬다.
내가 그 등신같은 문자를 보내고 만것이다.
쇠기둥에 머리를 박고 뇌진탕이 걸린 이후로 내 인생 최대의 실수였다.
그 최대의 실수를 저지르고 난 뒤 나는 어떻게든 고백은 하긴 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있는 머리 없는 머리 다 굴렸다.
해골은 해골이다.
연애를 했어도 고백은 내가 받았지, 내가 고백해본적은 없기 때문에 어떻게 고백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그나마 생각해보았던 방법도 전부다 병신같고 소심한 내가 하기에는 너무 대단한 방법들이었다.
예를 들자면 영화관에서 갑자기 고백을 한다던지, 이혁주가 예전에 했던 것처럼 내 손잡으면 나랑 사귀는거라고 하는 거라던지 말이다.
여러분이 보면 뭐 저딴걸 못해서 이 ㅈㄹ을 하나 싶기도 하겠지만 나는 여자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멍청 찌질남이기 때문에 저런 것조차 너무 어렵다.
정말 대책없고 멍청한 짓이지만 고백하는건 그 때가서 생각해보기로했다.
이 날도 어김없이 보충수업은 1시에 끝이났다.
점심을 먹고 나는 이년과 무슨 영화를 볼지 토의하기 시작했다.
심장이 뛴다와 세인트 클라우드 중에서 한 개를 보기로 했는데, 심장이 뛴다는 약속시간하고 전혀 맞지 않는 시간대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약속시간보다 1시간 늦은 5시 반에 시작하는 세인트 클라우드를 보기로했다.
그리고 나서 나는 논술특강을 3시까지 들었다.
논술특강도 종강을 하는 날이고, 여자도 만나는 날이고, 영화관 가려고 자율학습도 땡땡이 치는 날이니 여러모로 나에게는 홀가분한 날이었다.
뭐 결말은 정말정말정말 홀가분해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나는 논술수업을 끝마치고 3시 30분에 면학실로 자율학습 출석체크를 하기 위해 들어갔다.
어김없이 선생님은 3시 35분에 출석체크를 하셨고, 나는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아이들에게 한껏 자랑을 하고, 인도를 처바르러가는 국가대표팀의 모습처럼 당당하고 홀가분하게 학교에서 도망쳐나왔다.
영화관을 가려면 학교 앞에서 4번 버스를 타야 한다.
나는 4번버스를 타고 40분정도 가야하니 중간에 졸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잠이 오지않았다.
두근두근거렸다.
미칠 것만 같다.
영화관에 버스가 가까워 질수록 나의 손바닥에서는 땀이 미끈거리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이 날은 겨울이 아니었다.
내 인생에 다시 찾아온 봄날이었다.
그렇게 기분좋은 상상과 혹시나하는 불안감과 함께 씨너스에 도착했을 때에는 4시 반이었다.
예상 시간보다 10분정도 늦은 데다가 약속시간이 빠듯했다.
나는 바가지 앞머리가 흩날리지않게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고 영화관으로 뛰어들어갔다.
숨이 헐떡헐떡 거리고 심장이 뛰었다.
숨이 차서 심장이 뛰는건지 아니면 긴장해서 심장이 뛰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정말 내가 이년 하나 만나면서 이렇게까지 기대하고 긴장했었다고 생각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외고 시험보러 갈 때에도, 나중에는 전산상에 오류라고 판명이 났었지만 지리올림피아드 금상을 받았다는 글을 보고도 이정도로 심장이 뛰지는 않았다.
ㅎㅈㅎ를 6개월만에 우연히 길가에서 만났을 때 이후로 최고의 두근거림이었다.
나는 정말 짐승이다.
다른 남성분들도 그럴지 모르겠지만 여자만날 때가 나는 제일 떨리는 것 같다.
나는 이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은 채 엘리베이터를타고 8층 매표소에서 내렸다.
밝은 연노랑색 조명불빛이 영화관 내부를 비추고 있다.
크으 분위기 뒤진다 정말.
그런데 키가 작고 잠자리 뿔테안경을 쓰고 ㅈㄴ 귀엽게 생긴 이년이 보이지가 않았다.
서운했지만 내가 약속시간에 이미 늦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4시 45분까지 기다렸다.
불안하다.
그렇다고 문자를 보내서 위치를 확인하자니 너무 사람이 쪼잔해지는 것 같아서 문자는 보내지 않았다.
오락실에 있는 철권태그가 눈에 띄었다.
너무 하고 싶다.
학교컴퓨터로 갈고 닦은 내 철권태그 실력을 뽐내고 싶었다.
하지만 내 수중에는 2만 6천원밖에 없었다.
이거사고 저거사고 하다보면 돈이 바닥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아끼기로 했다.
철권도 못하고 지루하게 계속기다렸다.

5시가 되었다.







여담 :

18.... 소설을 쓰다가 무슨 키를 잘못눌렀는데 날려 먹었다 좉나 빡친다.......
그래서 다시쓴다...... 기억을 더듬적거리면서......
여러분 소설을 쓸 때는 중간중간에 저장해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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