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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넷

단편 반성을 모르는

악마투칸샘 2011.05.07 21:56 조회 수 : 57

나도 여기다가 글을 쓸만큼 감성적일 때가 다시 오지 않기를 바랐다.

나의 삶에 있어서 감성적이란 것은 정말 내 존재가 사라져 한 순간에 모든게 없어진 것처럼 느껴질 만큼 우울함을 뜻하는데 다른사람과는 달리 이 감성이라는 건 희(喜)라는 감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이건 그러니까 영감이라기도 뭣하고 그냥 이따금 찾아오는 이유없는 우울함이나 무상감일 때가 많은데 오늘은 그와 다르게 이유가 있는 우울함이다.

고삼밖에 안된 것이 이렇게 인생에서 쓴맛을 전부 본 듯한 말을 늘어놓는 것은 매우 못마땅해 보이고, 한심해 보일 지 모르겠으나, 오늘은 좀 풀어놔야 내 직성이 풀릴 것 같다.

방금전에 사수자리 믹스테잎 수록곡인 'Stay cool'에서 버벌진트가 내게 "딴 일이 안될 때는 그 상황을 글로 써"라고 했기 때문이다.

일단 이런 음악듣기도 나의 몇 개 되지않는 취미이지만, 내 취미 중에 '게임'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나를 매우 미치게 만든다.

컴퓨터를 사용해서 하는 게임이건 콘솔 게임기기를 사용해서 하는 게임이건 이 게임이라는 것은 내가 한 번 꽂히게 되는 종류의 것이 나오면 나를 사정없이 그 곳으로 밀어넣는다.

그렇게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 있는 수업할 때 쓰는 컴퓨터를 통하여 '철권태그토너먼트'를 접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친구와 둘이서 하기 매우 재미나게 만들어져 있어서 나는 이것을 우리반을 비롯한 많은 반에 전파 하였고, 이것을 계기로하여 축제 때 철권대회가 열리게까지 만들었다.

물론 불법다운로드지만 내 철권전파력에 대해서 NAMCO는 박수를 쳐주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 학교내에서 유행이 되어버린 이 게임에 대해서 나름대로 고수층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이 친구들은 정말 철권을 너무 좋아해서 교실에서 하다가 걸린적이 수십 번은 될 것이다.

그렇게 2학년 때 수십 차례 걸렸던 그 친구들이 3학년이 되어서는 걸리지 않기 위해 주말에 1학년 빈 교실을 이용하여 철권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친구들은 교실에서는 쉬는 시간에 스카우터를 세워놓고 철권을 하기도 했으며, 그로 인해 선생님들께도 많이 걸려 선생님들은 이미 철권이라면 화가 많이 나있는 상태일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바로 어제와 오늘 이었다.

어제 나는 점심시간에 한 친구와 철권 걸린 것을 면죄 받기위해 담임선생님께 반성하는 태도로 거래를 요구했다.

선생님의 수첩에서 철권에 관한 내용을 지우는 대신 선풍기 청소를 하기로말이다.

선생님은 일단 중간고사가 끝나고 얘기 하자며 나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고 나와 친구는 거래가 성공했다며 매우 기뻐했다.

그날 7교시가 끝나고 정말 병신같게도 정신을 못차린 나는 몰래 딱 한 판만 하려고 컴퓨터를 켜서 그 친구와 한 판을 했다.

스멀스멀 불안한 공기가 올라왔지만 한창 재미있었기 때문에 멈출 수 없었고 결국 한 판이 끝나가는 도중에 담임선생님께 걸리고 말았다.

그렇게 담임선생님은 무지무지무지무지 화가 나셨고, 나는 담임선생님께 반성을 모르는 학생으로 찍히게 될 것만 같았다.

나는 너무 두려웠다.

2학년 때 담임선생님께 반장을 하며 엄청난 총애를 받던 내가 3학년이되어 학년부회장까지 하면서 3학년 담임선생님께 찍힌 다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였고, 내 학교생활과 대학진학에 불이익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찍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몇몇 선생님들이 가끔씩 들르는 내 싸이월드에 철권을 안하겠다고 성찰하는 말투로 조심스럽게 다이어리도 썼다.

또 오늘 그 친구와 목캔디 한 통과 정성스럽게 끄적거린 편지를 담임선생님의 책상 위에 얹어놓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담임선생님은 오늘 일찍 퇴근 하셨고, 아무도 없는 자리에 조용히 가져다 놓고 나올 수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하지만 나와 친구가 편지를 쓰고 있는 와중에 다른 친구들은 1학년 7반 교실에서 철권을 하고 있었다.

나는 정말 하지 않기로 내 자신과 약속을 했지만 친구가 한 번만 가보자고 하는 바람에 또 가고말았다.

나는 정말 기필코 내 친구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갑자기 순간 사회문화시간에 배웠던 일탈행동에 관한 이론중에 '차별교제론'이 떠올랐다.

나는 친구를 잘못 만난 것일까......

어쨌든 그렇게 따라간 결과, 오늘은 들어간지 불과 3분이 채 되지않아 1학년 부장 선생님께 걸려버리고 만 것이다.

처음엔 도둑질을 한다고 오해를 받고, 그 다음은 컴퓨터 열쇠를 땄다고 오해를 받았으며, 그 다음은 3학년 선생님들께 통보한다는 이야기 까지 들었다.

나는 정말 늪으로 고꾸라져 빠져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결국 철권하는 나를 수 차례 적발하셨던 수학선생님의 귀에 들어갔고, 수학선생님은 철권패밀리에게 어쩔 수 없이 벌점을 주셨다.

그리고 나에게 무한한 믿음을 주셨던 작년 담임선생님께서도 어제에 이어서 철권으로 인해 혼이 나는 나를 목격하셨다.

"저놈들 학년 회장 부회장 박탈시켜야되요 진짜"

아......

박탈은 두렵지 않다.

찍히는 것이 두렵고, 그로인해 내 생활과 대학진학에 불이익이 오는 것이 두렵고, 존경하는 선생님들의 얼굴을 뵙는 것이 가장 두렵다.

그렇게 나는 벌점을 받고 온 몸에 땀이 흠뻑 젖도록 벌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는 철권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다.

그러나 이 맹세보다도 중요한 것은 담임선생님이 어제 한 번만 더 걸리면 부모님을 소환하겠다고 한 것이었다.

난 정말 오늘 편지도 써놓았는데 한 번 더걸린 것이 담임선생님 귀에 들어간다면 나는 아마 죽고 말 것이다.

아무리 잔머리를 굴려도 빠져나갈 방법이 안보인다.

정말 고뇌에 고뇌를 하느라 자습시간에도 글자가 하나도 머리 속에 들어오질 않았다.

이제 내 모범생의 이미지는 땅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가 맨틀을 뚫고 외핵을 뚫고 뜨거운 내핵에서 녹아내리고 있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답이 없는 상황에서 하소연하기 위해 이렇게 부질없이 내 감정을 여기다가 녹이고 있다.




이 형용할 수 없는 막막함이란건 정말 형용할 수 없다는 말로도 형용할 수가 없다.

정말 끝없이 막막하고 병신스럽다.

그리고 만약 선생님들과의 관계개선이 되지 않는다는 아주 극단적인 방향으로 일이 전개되버릴 경우 수시에 올인 하고 있던 나의 추천서는 누가 써주시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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